[인터뷰] 집중취재 - 또 개그맨 도박? 왜 이러는 걸까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연구소 작성일14-01-14 10:33 조회2,385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집중취재 - 또 개그맨 도박? 왜 이러는 걸까요?
김슬기 월간중앙 기자 rookie@joongang.co.kr
감정노동자의 극단적인 직업 스트레스, 동호회 활동 많은 특유의 위계질서, 삐에로의 현실도피 심리 작용 분석도
2013년 11월, 개그맨 이수근(38)·방송인 탁재훈(45·본명 배성우)이 수억 원대의 불법 스포츠 도박을 벌인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법망을 피해 3년여에 걸쳐 ‘맞대기’ 도박을 해오다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든 것이다. 개그맨들의 도박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화려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그들이 유독 불법 도박의 유혹에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개그맨 이수근은 2013년 누구보다 바쁜 연예인 중 한 명이었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 <1박 2일>, tvN <백만장자 게임 마이턴>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1박2일> 시즌2 마지막 여행 방영을 앞둔 시점에서 그는 불법도박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 등에서 수억 원대의 도박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착실한 가장의 이미지로 많은 팬을 누리고 있었던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검찰의 수사발표에 따르면 이수근과 탁재훈은 축구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이들은 축구동호회에서 알게 된 한모(37) 씨와 김모(37) 씨의 권유로 도박에 빠져들었다. 휴대전화 문자를 이용해 해외 프로축구 우승팀에 돈을 거는 일명 ‘맞대기’ 도박을 즐겼다. 심심풀이로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아 유행처럼 번진 도박이었다.
이들과 가까운 한 연예인은 “프로축구 경기를 재미있게 보려는 목적에서 시작했지, 도박이라고 알고 뛰어든 이는 없었다”며 “원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베팅을 하고 경기를 보는 데서 더 재미를 느끼고, 한 명이 시작하니까 주변 집중취재 사람들에게도 금세 전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말한 한씨와 김씨 두 브로커는 연예인들에게 휴대전화를 이용해 베팅을 권유하는 문자를 보내 참여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들이 승리예상팀을 정하고 금액을 베팅한 답문을 보내면, 승패를 맞춘 참가자에게는 수수료 10%를 공제한 금액이 계좌로 즉시 송금됐다. 계좌 송금에는 제3자의 명의를 도용한 ‘대포통장’이 이용됐다.
이수근, 탁재훈과 달리 토니안과 앤디, 붐, 양세형은 연예사병으로 군복무를 하던 중에 알게 된 도박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가 도박에 빠져들었다. 영외행사나 외출·휴가시 일시적으로 지급받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도박에 참여했다.
큰 죄책감 없이 시작한 ‘맞대기 도박’은 결국 연예인들의 발목을 잡았다. 검찰은 해외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브로커 수사를 하던 과정 중에 연예인들의 도박 사실을 포착했다. 이수근은 2008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탁재훈은 2008년 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근 3년간 도박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연예병사로 활동하던 토니안, 앤디, 붐, 양세형은 2010~2011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도박을 했다. 도박 브로커들은 연예인들과 동호회를 함께 하고, 유흥주점에서 만나 친분을 쌓으면서 도박을 권유하고, 말이 새나가는 것을 막았다.
때문에 주변 연예인들도 이번에 소환된 연예인들의 도박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수근 씨와 가까운 한 동료 연예인은 “언론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수근이가 도박에 빠져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놀랐다”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의 도박 베팅 액수는 억대를 넘어섰다. 이수근은 총 3억7천만 원, 탁재훈은 총 2억9천만 원의 판돈을 걸었다. 토니안도 4억 원, 앤디는 4400만 원, 붐은 3300만 원, 양세형은 2700만 원을 판돈에 걸었다. 일반인들로서는 엄두가 안 나는 거액이다.
개그맨 특유의 위계질서와 동호회 활동
한 연예인 관계자는 “도박에 쓴 총비용만 보면 이들이 엄청난 돈을 베팅한 것처럼 보이지만, 스포츠 경기가 열릴 때마다 수시로 도박한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베팅에 쓴 돈은 게임당 수십만 원에서 수 백만 원 수준일 것”이라며 “당사자들도 이것이 불법 도박일 거라는 생각도 못하고 습관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수근과 양세형은 개그맨 출신이고, 탁재훈과 붐은 가수 출신 예능인이다. 개그맨 황기순, 가수 출신 방송인 신정환, 김용만 등 과거에 도박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개그맨들이 한 둘이 아니다. 연예인들 중에서도 유독 개그맨을 비롯한 예능인들이 도박과 자주 엮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예계의 일부 인사는 특유의 개그맨 문화를 하나의 원인으로 꼽는다. 개그맨들은 가수나 배우 등 다른 연예인 직업군과는 달리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가 확실하고, 공동체 의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 의해 양성되는 가수, 배우와 달리 개그맨은 지상파 방송 3사에서 매년 공채를 선발하기 때문에 기수가 따라붙는다. 자연스럽게 기수를 통해 선후배 사이에 위계질서가 잡히고 선배의 지시에 후배가 따르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개그맨 K씨는 “개그맨들은 선후배의 경조사를 서로 챙기고, 후배가 선배의 심부름을 하는 문화가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남들이 보기에는 군대 같을 수 있지만 구봉서·배삼룡 선생님 시절 극단에서 형성된 선후배 문화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그맨들은 흔히 개그맨 문화를 말할 때 ‘끈끈하다’, ‘선후배 문화가 있어 도움이 된다’고 자평한다. 개그맨 C씨는 “각 지역에서 ‘웃긴다’고 소문난 날고 기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기강이 필요하다”라며 “선배를 받드는 과정을 통해 개그맨으로서 필요한 인간성과 성품을 배운다”라고 말했다.
개그맨들의 선후배 문화는 개그프로그램 코너를 개그맨들이 직접 만들어내야 하는 직업 환경과도 맞닿아있다. 개그프로그램 한 코너를 짜기 위해 5~7명의 개그맨이 모여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연습한다. 아이디어 회의에서부터 연습까지 일주일에 몇 차례씩 동고동락하며 지낸다. 코너는 대개 친한 선후배끼리 하게 되는 경우가 잦다.
개그맨 K씨는 “흔히 누구 누구 ‘라인’이라고 부르는데 선배가 토크쇼 방송을 할 때 후배를 같이 데리고 나간다거나, 한 번이라도 더 챙겨주는 문화가 있다”라며 “그래서 후배들도 선배의 말을 잘 따르게 되고,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도박 사건은 축구동호회, 연예병사 등 단체생활을 하는 그룹을 중심으로 도박이 퍼졌다. ‘연예인 축구단’으로 불리는 축구동호회는 친한 연예인들끼리 모여 1주일에 한 번 경기를 한다. 평소 친분이 있는 선후배끼리 모여서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개그맨 J씨는 “축구 동호회 중에서도 개그맨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동호회가 유독 많다”며 “개그맨들이 단체생활로 단합이 잘되는 데다, 선후배 간에 끈끈한 정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전직 개그맨 P씨는 “친밀한 집단 내에서 연쇄적으로 도박에 빠질 위험이 높다”며 “연예인 축구단에서 벌어진 이번 스포츠 도박 사건도 연예인들이 돈을 따는 재미 때문에 도박에 빠졌다기보다는, 누군가 한 명이 재미있게 게임처럼 도박을 시작하니 ‘나도 같이 하자’라고 하면서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개그맨들이 남을 웃겨야 하는 ‘감정노동자’라는 점도 개그맨 도박에 빠지는 이유로 거론된다. 배우나 가수와 다르게 개그맨들은 방송 출연 때마다 늘 ‘웃겨야만 한다’는 직업적 역할을 요구받는다. 같이 출연한 배우나 가수가 주목을 받도록 ‘망가지는’ 역할을 하거나, 숨기고 싶은 자신의 치부를 웃음 코드로 활용한다. 늘 밝고 즐거운 상황을 요구받는 개그맨들의 직업적 스트레스는 상상을 뛰어넘는 듯하다.
개그맨 K씨는 “밖에 나가도 ‘웃겨 봐요’라고 말하는 시민을 만나고, 아는 사람을 만나러 가도 ‘개인기 하나만 보여달라’는 요구를 자주 듣게 된다”며 “개그맨들도 힘들고 슬플 때가 있는데 ‘웃겨 달라’는 소리를 들으면 지치고 짜증이 나곤 한다”라고 말했다.
무대 아래서도 ‘웃겨야’만 하는 숙명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감정노동을 하는 30개 직업군의 스트레스 지수를 매겼더니 연예인이 23위를 차지했다. 5점 기준에서 4.13에 해당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연예인 중에서도 개그맨은 남을 웃겨야 하는 감정노동의 스트레스가 가장 강하다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남을 울리기는 쉬울지 몰라도, 웃기기는 어렵다. 예능과 개그 프로그램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고충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개그프로그램이 ‘스탠드업 코미디’로 바뀐 이후 개그맨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방송가의 코미디프로그램은 녹화 형태의 ‘꽁트식’ 코미디가 대부분이었지만 1994년 KBS <개그콘서트>가 관중 앞에서 코미디를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도입하면서 개그맨들의 부담이 커졌다. 모든 개그맨이 ‘현장’에서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환경에 놓인 것이다. <개그콘서트>의 성공은 다른 방송사들의 개그프로그램 형식을 모두 뒤바꿔놓았다.
개그맨 C씨는 “녹화 전까지만 해도 ‘재밌겠지’라고 했던 꽁트가 막상 무대에서 방청객을 전혀 웃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라며 “방청객을 웃기면 기분이 최고로 좋다가도, 못 웃기면 자괴감이 드는 게 개그맨”이라고 말했다.
개그맨들은 현장 녹화를 하기 전까지 PD·작가 등으로 구성된 제작진 앞에서 ‘엄격한’ 검사를 받기도 한다. 1주일간 고생해서 아이디어를 짜낸 결과물을 시연하면서 ‘웃기면 통과’, ‘못 웃기면 잘리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한 주에 이런 검사가 3회 정도 이뤄진다. 제작진으로부터 통과돼서 무대에 올리더라도 현장에서 관객 반응이 좋지 않거나 웃기지 않으면 편집 과정에서 여지없이 통편집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스타 개그맨’으로 뜨는 동료를 보면서 느끼는 박탈감도 크다. 개그맨 K씨는 “개그맨들 중에 우울증을 안 겪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뜨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로또’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을 버텨야 하는 게 개그맨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K씨는 “함께 동고동락하던 동료가 한순간에 뜨는 걸 보면서 ‘나한테도 그 기회가 곧 오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갖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연예계 인사들은 이처럼 인기의 부침에서 오는 압박과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연예인들을 도박의 유혹으로 내몰 수도 있다고 보았다. 개그맨들의 경우 한 코너가 대박을 터뜨렸다고 해서, 다음 코너까지 성공이 보장되리란 법은 없다.
개그맨 K 씨는 “개그맨 한 명이 보여줄 수 있는 개인기는 보통 한두 개인데, 대게 개그 생활 초반에 자신의 웬만한 개인기는 다 보여주게 된다”며 “그 다음부터는 새로운 웃음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전에 최상의 것들을 보여준 터라 ‘더 웃긴’ 개그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이은 작품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배우나 가수가 많지 않듯이, 개그맨들도 연속적으로 ‘웃긴 코너’를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돌파구 못 찾아 ‘도박’에 빠지기도
또한 각 방송사의 공채 시스템으로 인해 신인 개그맨들이 매해 10명 안팎 새로 배출돼 나온다. 개그맨 P씨는 “개그맨의 수가 너무 많아졌다”며 “그렇다고 ‘뜨는’ 순서가 정해진 것도 아닌데, 신인들이 꾸준히 배출되니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독상담 전문가들은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개그맨들이 스트레스를 한순간에 잊게 해줄 돌파구로써 도박의 유혹에 빠졌을 것이라 진단한다. 승부근성과 즉각적인 몰입도를 동반한 도박이 여러 스트레스로부터 일시적으로 해방시켜주는 분출구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마사회 유캔센터 김한우 임상심리전문가는 “연예인은 인기가 수그러질 때 받는 스트레스가 아주 크다”며 “직업이 주는 스트레스는 높은 데 반해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에게 드러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마땅치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연예인 중에서는 여가활동도 대중의 눈을 피해 집에서 하거나 연예인들끼리만 끼리끼리 모임을 갖는 경우가 많다. 개그맨 C씨는 “음식점에서 술 한잔을 하려고 밖에 나가기보다는 집에서 쉬는 편을 택하게 된다”라며 “집안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연예인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번 스포츠 도박 또한 혼자서 스트레스를 푸는 연예인들의 습성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전직 개그맨 P씨는 “개그맨들이 방송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대개 새벽 2~3시 경인데, 그 시간대에 주로 해외 스포츠 경기가 방영된다”라며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도박을 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연예인들이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연예인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도박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은 “연예인들이 돈을 벌려는 목적에서 도박을 했다기보다는 스트레스를 잊는 방편으로 도박을 즐긴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상에서 받는 긴장을 도박이라는 더 큰 긴장으로 해소하면서 심리적으로 ‘나를 쉬게 하는 레크리에이션을 한다’고 느꼈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경기 결과를 예측하고 맞추는 행위를 일종의 ‘지적 행위’로 여긴다”라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연예인들에게 있어 스마트폰만으로 간편히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스포츠 도박은 놀이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 아닌 일반인으로서 치료 필요
도박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들은 진행 중이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했다. 2013년 12월 6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토니안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이수근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탁재훈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약식기소된 붐과 앤디는 벌금 500만원, 양세형은 300만원 선고를 받았다.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이번 도박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반성하며 자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활동을 중단했다고 해서 이들의 도박 증세까지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은 “과거에도 여러 연예인 도박 사건이 터졌지만, 거론된 연예인들 중 실제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박을 한 사실에 대해 연예인은 일반인보다 관심을 몇 배로 받지만, 정작 이들이 필요로 하는 도박 중독의 진단과 치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도박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 상담이나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따른다.
상담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 출신 권영찬 씨는 “연예계가 스타를 키우는 데만 집중했지, 연예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나 우울증에는 무관심했다”라며 “기획사에서 연예인에게 적절한 상담 시간을 제공하고, 심리적인 부담을 해소해주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연예인 한 명에게 여러 명의 심리상담 전문가가 따라붙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며 “연예인들이 가정 안에서 안정감을 찾고, 평소에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에 잘 빠지는 사람들은 도박에 몰입되는 순간만큼은 다른 모든 것을 잊고자 하는 현실도피 심리가 있다. ‘울고 있는 삐에로’처럼 개그맨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감추는 직업적 역할을 수행한다. 불법 도박에 연루된 개그맨들이 자숙의 시간을 갖는 동안, 개그맨이라는 직업군이 가진 현실을 인정하고 이들이 도박이나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함께 풀어나가는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슬기 월간중앙 기자 rookie@joongang.co.kr
감정노동자의 극단적인 직업 스트레스, 동호회 활동 많은 특유의 위계질서, 삐에로의 현실도피 심리 작용 분석도
2013년 11월, 개그맨 이수근(38)·방송인 탁재훈(45·본명 배성우)이 수억 원대의 불법 스포츠 도박을 벌인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법망을 피해 3년여에 걸쳐 ‘맞대기’ 도박을 해오다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든 것이다. 개그맨들의 도박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화려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그들이 유독 불법 도박의 유혹에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개그맨 이수근은 2013년 누구보다 바쁜 연예인 중 한 명이었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 <1박 2일>, tvN <백만장자 게임 마이턴>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1박2일> 시즌2 마지막 여행 방영을 앞둔 시점에서 그는 불법도박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 등에서 수억 원대의 도박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착실한 가장의 이미지로 많은 팬을 누리고 있었던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검찰의 수사발표에 따르면 이수근과 탁재훈은 축구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이들은 축구동호회에서 알게 된 한모(37) 씨와 김모(37) 씨의 권유로 도박에 빠져들었다. 휴대전화 문자를 이용해 해외 프로축구 우승팀에 돈을 거는 일명 ‘맞대기’ 도박을 즐겼다. 심심풀이로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아 유행처럼 번진 도박이었다.
이들과 가까운 한 연예인은 “프로축구 경기를 재미있게 보려는 목적에서 시작했지, 도박이라고 알고 뛰어든 이는 없었다”며 “원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베팅을 하고 경기를 보는 데서 더 재미를 느끼고, 한 명이 시작하니까 주변 집중취재 사람들에게도 금세 전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말한 한씨와 김씨 두 브로커는 연예인들에게 휴대전화를 이용해 베팅을 권유하는 문자를 보내 참여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들이 승리예상팀을 정하고 금액을 베팅한 답문을 보내면, 승패를 맞춘 참가자에게는 수수료 10%를 공제한 금액이 계좌로 즉시 송금됐다. 계좌 송금에는 제3자의 명의를 도용한 ‘대포통장’이 이용됐다.
이수근, 탁재훈과 달리 토니안과 앤디, 붐, 양세형은 연예사병으로 군복무를 하던 중에 알게 된 도박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가 도박에 빠져들었다. 영외행사나 외출·휴가시 일시적으로 지급받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도박에 참여했다.
큰 죄책감 없이 시작한 ‘맞대기 도박’은 결국 연예인들의 발목을 잡았다. 검찰은 해외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브로커 수사를 하던 과정 중에 연예인들의 도박 사실을 포착했다. 이수근은 2008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탁재훈은 2008년 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근 3년간 도박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연예병사로 활동하던 토니안, 앤디, 붐, 양세형은 2010~2011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도박을 했다. 도박 브로커들은 연예인들과 동호회를 함께 하고, 유흥주점에서 만나 친분을 쌓으면서 도박을 권유하고, 말이 새나가는 것을 막았다.
때문에 주변 연예인들도 이번에 소환된 연예인들의 도박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수근 씨와 가까운 한 동료 연예인은 “언론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수근이가 도박에 빠져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놀랐다”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의 도박 베팅 액수는 억대를 넘어섰다. 이수근은 총 3억7천만 원, 탁재훈은 총 2억9천만 원의 판돈을 걸었다. 토니안도 4억 원, 앤디는 4400만 원, 붐은 3300만 원, 양세형은 2700만 원을 판돈에 걸었다. 일반인들로서는 엄두가 안 나는 거액이다.
개그맨 특유의 위계질서와 동호회 활동
한 연예인 관계자는 “도박에 쓴 총비용만 보면 이들이 엄청난 돈을 베팅한 것처럼 보이지만, 스포츠 경기가 열릴 때마다 수시로 도박한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베팅에 쓴 돈은 게임당 수십만 원에서 수 백만 원 수준일 것”이라며 “당사자들도 이것이 불법 도박일 거라는 생각도 못하고 습관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수근과 양세형은 개그맨 출신이고, 탁재훈과 붐은 가수 출신 예능인이다. 개그맨 황기순, 가수 출신 방송인 신정환, 김용만 등 과거에 도박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개그맨들이 한 둘이 아니다. 연예인들 중에서도 유독 개그맨을 비롯한 예능인들이 도박과 자주 엮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예계의 일부 인사는 특유의 개그맨 문화를 하나의 원인으로 꼽는다. 개그맨들은 가수나 배우 등 다른 연예인 직업군과는 달리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가 확실하고, 공동체 의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 의해 양성되는 가수, 배우와 달리 개그맨은 지상파 방송 3사에서 매년 공채를 선발하기 때문에 기수가 따라붙는다. 자연스럽게 기수를 통해 선후배 사이에 위계질서가 잡히고 선배의 지시에 후배가 따르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개그맨 K씨는 “개그맨들은 선후배의 경조사를 서로 챙기고, 후배가 선배의 심부름을 하는 문화가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남들이 보기에는 군대 같을 수 있지만 구봉서·배삼룡 선생님 시절 극단에서 형성된 선후배 문화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그맨들은 흔히 개그맨 문화를 말할 때 ‘끈끈하다’, ‘선후배 문화가 있어 도움이 된다’고 자평한다. 개그맨 C씨는 “각 지역에서 ‘웃긴다’고 소문난 날고 기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기강이 필요하다”라며 “선배를 받드는 과정을 통해 개그맨으로서 필요한 인간성과 성품을 배운다”라고 말했다.
개그맨들의 선후배 문화는 개그프로그램 코너를 개그맨들이 직접 만들어내야 하는 직업 환경과도 맞닿아있다. 개그프로그램 한 코너를 짜기 위해 5~7명의 개그맨이 모여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연습한다. 아이디어 회의에서부터 연습까지 일주일에 몇 차례씩 동고동락하며 지낸다. 코너는 대개 친한 선후배끼리 하게 되는 경우가 잦다.
개그맨 K씨는 “흔히 누구 누구 ‘라인’이라고 부르는데 선배가 토크쇼 방송을 할 때 후배를 같이 데리고 나간다거나, 한 번이라도 더 챙겨주는 문화가 있다”라며 “그래서 후배들도 선배의 말을 잘 따르게 되고,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도박 사건은 축구동호회, 연예병사 등 단체생활을 하는 그룹을 중심으로 도박이 퍼졌다. ‘연예인 축구단’으로 불리는 축구동호회는 친한 연예인들끼리 모여 1주일에 한 번 경기를 한다. 평소 친분이 있는 선후배끼리 모여서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개그맨 J씨는 “축구 동호회 중에서도 개그맨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동호회가 유독 많다”며 “개그맨들이 단체생활로 단합이 잘되는 데다, 선후배 간에 끈끈한 정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전직 개그맨 P씨는 “친밀한 집단 내에서 연쇄적으로 도박에 빠질 위험이 높다”며 “연예인 축구단에서 벌어진 이번 스포츠 도박 사건도 연예인들이 돈을 따는 재미 때문에 도박에 빠졌다기보다는, 누군가 한 명이 재미있게 게임처럼 도박을 시작하니 ‘나도 같이 하자’라고 하면서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개그맨들이 남을 웃겨야 하는 ‘감정노동자’라는 점도 개그맨 도박에 빠지는 이유로 거론된다. 배우나 가수와 다르게 개그맨들은 방송 출연 때마다 늘 ‘웃겨야만 한다’는 직업적 역할을 요구받는다. 같이 출연한 배우나 가수가 주목을 받도록 ‘망가지는’ 역할을 하거나, 숨기고 싶은 자신의 치부를 웃음 코드로 활용한다. 늘 밝고 즐거운 상황을 요구받는 개그맨들의 직업적 스트레스는 상상을 뛰어넘는 듯하다.
개그맨 K씨는 “밖에 나가도 ‘웃겨 봐요’라고 말하는 시민을 만나고, 아는 사람을 만나러 가도 ‘개인기 하나만 보여달라’는 요구를 자주 듣게 된다”며 “개그맨들도 힘들고 슬플 때가 있는데 ‘웃겨 달라’는 소리를 들으면 지치고 짜증이 나곤 한다”라고 말했다.
무대 아래서도 ‘웃겨야’만 하는 숙명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감정노동을 하는 30개 직업군의 스트레스 지수를 매겼더니 연예인이 23위를 차지했다. 5점 기준에서 4.13에 해당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연예인 중에서도 개그맨은 남을 웃겨야 하는 감정노동의 스트레스가 가장 강하다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남을 울리기는 쉬울지 몰라도, 웃기기는 어렵다. 예능과 개그 프로그램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고충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개그프로그램이 ‘스탠드업 코미디’로 바뀐 이후 개그맨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방송가의 코미디프로그램은 녹화 형태의 ‘꽁트식’ 코미디가 대부분이었지만 1994년 KBS <개그콘서트>가 관중 앞에서 코미디를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도입하면서 개그맨들의 부담이 커졌다. 모든 개그맨이 ‘현장’에서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환경에 놓인 것이다. <개그콘서트>의 성공은 다른 방송사들의 개그프로그램 형식을 모두 뒤바꿔놓았다.
개그맨 C씨는 “녹화 전까지만 해도 ‘재밌겠지’라고 했던 꽁트가 막상 무대에서 방청객을 전혀 웃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라며 “방청객을 웃기면 기분이 최고로 좋다가도, 못 웃기면 자괴감이 드는 게 개그맨”이라고 말했다.
개그맨들은 현장 녹화를 하기 전까지 PD·작가 등으로 구성된 제작진 앞에서 ‘엄격한’ 검사를 받기도 한다. 1주일간 고생해서 아이디어를 짜낸 결과물을 시연하면서 ‘웃기면 통과’, ‘못 웃기면 잘리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한 주에 이런 검사가 3회 정도 이뤄진다. 제작진으로부터 통과돼서 무대에 올리더라도 현장에서 관객 반응이 좋지 않거나 웃기지 않으면 편집 과정에서 여지없이 통편집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스타 개그맨’으로 뜨는 동료를 보면서 느끼는 박탈감도 크다. 개그맨 K씨는 “개그맨들 중에 우울증을 안 겪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뜨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로또’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을 버텨야 하는 게 개그맨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K씨는 “함께 동고동락하던 동료가 한순간에 뜨는 걸 보면서 ‘나한테도 그 기회가 곧 오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갖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연예계 인사들은 이처럼 인기의 부침에서 오는 압박과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연예인들을 도박의 유혹으로 내몰 수도 있다고 보았다. 개그맨들의 경우 한 코너가 대박을 터뜨렸다고 해서, 다음 코너까지 성공이 보장되리란 법은 없다.
개그맨 K 씨는 “개그맨 한 명이 보여줄 수 있는 개인기는 보통 한두 개인데, 대게 개그 생활 초반에 자신의 웬만한 개인기는 다 보여주게 된다”며 “그 다음부터는 새로운 웃음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전에 최상의 것들을 보여준 터라 ‘더 웃긴’ 개그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이은 작품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배우나 가수가 많지 않듯이, 개그맨들도 연속적으로 ‘웃긴 코너’를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돌파구 못 찾아 ‘도박’에 빠지기도
또한 각 방송사의 공채 시스템으로 인해 신인 개그맨들이 매해 10명 안팎 새로 배출돼 나온다. 개그맨 P씨는 “개그맨의 수가 너무 많아졌다”며 “그렇다고 ‘뜨는’ 순서가 정해진 것도 아닌데, 신인들이 꾸준히 배출되니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독상담 전문가들은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개그맨들이 스트레스를 한순간에 잊게 해줄 돌파구로써 도박의 유혹에 빠졌을 것이라 진단한다. 승부근성과 즉각적인 몰입도를 동반한 도박이 여러 스트레스로부터 일시적으로 해방시켜주는 분출구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마사회 유캔센터 김한우 임상심리전문가는 “연예인은 인기가 수그러질 때 받는 스트레스가 아주 크다”며 “직업이 주는 스트레스는 높은 데 반해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에게 드러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마땅치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연예인 중에서는 여가활동도 대중의 눈을 피해 집에서 하거나 연예인들끼리만 끼리끼리 모임을 갖는 경우가 많다. 개그맨 C씨는 “음식점에서 술 한잔을 하려고 밖에 나가기보다는 집에서 쉬는 편을 택하게 된다”라며 “집안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연예인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번 스포츠 도박 또한 혼자서 스트레스를 푸는 연예인들의 습성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전직 개그맨 P씨는 “개그맨들이 방송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대개 새벽 2~3시 경인데, 그 시간대에 주로 해외 스포츠 경기가 방영된다”라며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도박을 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연예인들이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연예인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도박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은 “연예인들이 돈을 벌려는 목적에서 도박을 했다기보다는 스트레스를 잊는 방편으로 도박을 즐긴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상에서 받는 긴장을 도박이라는 더 큰 긴장으로 해소하면서 심리적으로 ‘나를 쉬게 하는 레크리에이션을 한다’고 느꼈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경기 결과를 예측하고 맞추는 행위를 일종의 ‘지적 행위’로 여긴다”라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연예인들에게 있어 스마트폰만으로 간편히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스포츠 도박은 놀이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 아닌 일반인으로서 치료 필요
도박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들은 진행 중이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했다. 2013년 12월 6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토니안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이수근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탁재훈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약식기소된 붐과 앤디는 벌금 500만원, 양세형은 300만원 선고를 받았다.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이번 도박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반성하며 자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활동을 중단했다고 해서 이들의 도박 증세까지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은 “과거에도 여러 연예인 도박 사건이 터졌지만, 거론된 연예인들 중 실제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박을 한 사실에 대해 연예인은 일반인보다 관심을 몇 배로 받지만, 정작 이들이 필요로 하는 도박 중독의 진단과 치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도박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 상담이나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따른다.
상담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 출신 권영찬 씨는 “연예계가 스타를 키우는 데만 집중했지, 연예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나 우울증에는 무관심했다”라며 “기획사에서 연예인에게 적절한 상담 시간을 제공하고, 심리적인 부담을 해소해주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연예인 한 명에게 여러 명의 심리상담 전문가가 따라붙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며 “연예인들이 가정 안에서 안정감을 찾고, 평소에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에 잘 빠지는 사람들은 도박에 몰입되는 순간만큼은 다른 모든 것을 잊고자 하는 현실도피 심리가 있다. ‘울고 있는 삐에로’처럼 개그맨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감추는 직업적 역할을 수행한다. 불법 도박에 연루된 개그맨들이 자숙의 시간을 갖는 동안, 개그맨이라는 직업군이 가진 현실을 인정하고 이들이 도박이나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함께 풀어나가는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