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지] 외로움을 채울 뭔가가 필요할 때...엄마는 중독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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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구소 작성일12-07-26 09:37 조회2,63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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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6월 앙쥬(An ge) p 204~ p207
외로움을 채울 뭔가가 필요할 때… 엄마는 중독에 빠진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수시로 사들이고, 집안일을 팽개쳐둔 채 드라마를 보는가 하면, 하루 종일 음식을 먹는 엄마들이 있다.
가사와 육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쇼핑이나 음식, TV 시청 등으로 푸는 것. 술이나 약물뿐 아니라 이런 중독 증상도 그 심각성은 마찬가지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엄마의 중독증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중독은 자신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물질이나 정신적인 대상에 집착하는 상태를 말한다. 중독은 마음속 사랑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으로 겉으로 드러난 중독 증상만을 없애는 것으로 치유가 되지 않는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은 “보통 중독에 걸린 사람에게 ‘정신 똑바로 차려라’ ‘가정을 생각하라’고 하지만 중독은 자신의 의지로 조절되지 않습니다. 암이나 당뇨병 같은 질병의 일종으로 봐야 하죠. 당장 눈에 보이는 증상만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본인과 가족이 함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중독증의 근본에는 외로움이 있다
중독이 나타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의식에 깔려 있는 억압된 분노와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느낌이다. 중독증이 나타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서 내적 가치를 높게 두지 않아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외모에 집착하기도 하고,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김형근 소장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없거나 잘해주지 않을 때 화가 나듯, 어릴 적 부모에게 신체적·정서적 보살핌을 적절하게 받지 못한 경우 공허감, 외로움, 분노가 성격 속에 깊이 새겨집니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외부적인 스트레스에 맞닥뜨리면 여러 가지 중독증에 빠지죠”라고 말한다.
중독증은 어떤 행위나 물질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중독된 대상에서 공통적으로 얻는 것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마취된 느낌이다. 외로움과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마취시키기 위해 인터넷에 몰두하거나 TV에 빠져드는 것이다. 김형근 소장은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는 힘든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를 풀려는 반사작용이 나타납니다. 이때 자존감이 높은 엄마는 힘든 마음을 스스로 달래는 능력이 발달되어 있어 외부적인 것에 크게 의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음속에 외로움이 있고 내적 가치가 높지 않은 경우 스트레스를 외부적인 것에만 의존하죠. 가사나 양육이 힘들 때마다 어떤 물질이나 행위에 심각하게 집착해 중독증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중독증에 걸린 엄마, 아이에게 상처를 대물림한다
중독증에 걸린 엄마는 아이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 중독에 걸린 엄마는 자기만 생각하고, 우울증이 있기 때문에 아이와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없다. 또 자존감이 낮아 아이의 작은 행동도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기고, 자신이 힘든 것을 아이의 탓으로 돌려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아이가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반항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 행동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엄마들 대부분은 아이가 “나 이거 싫어” 하면 “넌 이거 싫으니? 그럼 뭐가 좋아?” 하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반면, 마음에 상처가 있는 엄마는 아이가 자신의 존재를 무시한다고 여기며 “너 때문에 내가 못 산다” “너 때문에 살맛이 안 난다” 등 자신의 힘든 감정을 아이의 탓으로 돌린다. 이렇게 자신이 돌봄을 받아야 할 엄마에게 ‘너는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존재’라는 말은 들은 아이는 마음에 상처를 받아 어른이 되면 중독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김형근 소장은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고 외부적인 요소로 위안을 얻으려는 자존감이 낮은 엄마가 중독증에 빠집니다. 중독증에 걸린 엄마는 자신의 감정에 빠져 아이와 정서적 교류를 하지 못하죠. 아이는 타인과 친밀함을 갖는 경험이 없어 사회에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으로 자라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엄마의 행복은 물론이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엄마의 중독증은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중독증
‘배불러도 계속 먹는’ 음식 중독_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스스로 풀어내는 내적 힘이 약한 엄마 중에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먹는 행위로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되지만, 그것에 너무 의존하면 나중에는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먹거나 폭식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음식은 사랑을 나타내는 것으로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음식이 당긴다면 사랑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김형근 소장은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고 공허한 느낌이 들면 사랑받는 느낌을 가지기 위해 음식을 먹는 왜곡된 형태로 나타납니다. 음식 중독은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먹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스스로를 괴롭히기 때문에 공허함은 더욱 커지죠”라고 말한다.
‘몸이 힘들어도 운동을 하는’ 운동 중독_ 운동 중독이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증상으로, 하루도 빼먹지 않고 2~3시간씩 하거나 하루에 두세 번 하기도 한다. 김형근 소장은 “운동은 좋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운동 중독이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절한 운동은 매우 좋은 습관이지만, 몸이 힘들고 병이 나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운동 중독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자신의 불안하고 공허한 마음을 운동으로 채우려는 행동으로, 자칫 몸이 망가져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한다.
‘‘하루도 안 보면 불안해지는’ TV나 인터넷 중독_ 인터넷이나 TV를 그만 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빠져들어 생활하는 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증상을 말한다.
김형근 소장은 “TV나 인터넷에는 마음을 달래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재미나 휴식을 위해 TV나 인터넷을 하는 것을 넘어 잠시라도 보지 못하면 불안과 초조를 느낄 정도가 되면 중독증이 나타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인터넷 중독자들은 인터넷을 하느라 잠이 부족하고 식사도 제때 하기 어렵다. 또 시간관념이 부족해 현실 생활에 부적응하는 증세가 나타나며 다른 사람과 대화가 단절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관계 중독_ 남편이나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관계 중독인 경우 의부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관계 중독에 걸린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무시하고 모욕해도 떠나지 못한다. 도리어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그 사람도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될 거야’라고 생각하며 무조건 순응하고 인정받으려 노력한다.
이는 부모와 따뜻한 관계를 맺어보지 못한 결과로 늘 누군가에게 그 근원적인 욕구를 채우려 하는 것이다. 혼자 있으면 외로움이 밀려오고 두려워지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에게 조금만 친절을 베풀면 금세 자기의 온 마음을 주고 지나친 의존을 보인다. 관계 중독에 걸리면 남편에게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이 원하는 만큼 사랑을 주지 않을 경우 외도를 하기도 한다.
‘뭔가를 계속 사려고 하는’ 쇼핑 중독_ 쇼핑 중독은 그 이면에 심각한 수치심을 가지고 있다. 부끄러운 자신을 숨기고 스스로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물건을 사거나 비싼 물건으로 자신을 치장하기도 한다. 물론 쇼핑을 하는 동안에는 불안이 경감되지만 쇼핑을 통한 일시적인 만족감은 금세 사라진다. 그래서 쓸모없는 물건을 샀다는 자책감이나 돈에 쪼들리는 불안과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또 쇼핑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김형근 소장은 “쇼핑 중독의 이면에 있는 수치심은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인 부모로부터 방임되었다는 경험으로 인해 자리 잡은 것입니다. 또 부모가 자신에 대한 사랑을 물건을 사준다거나 하는 행동으로 표현해 자신의 존재가 박탈당하는 경험을 한 경우에는 쇼핑 중독이나 도벽 증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중독 증상 어떻게 치유할까?
중독증은 자신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쇼핑을 하지 말라고 야단친다거나 TV나 컴퓨터를 없애는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 중독증은 생활 습관의 문제나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잡아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형근 소장은 “중독은 자신 안에 있는 곪아 터진 아픔을 느끼지 않으려고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그러므로 증상만 없애는 것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상처는 치유하지 않고 행위만 끊는 치료로는 알코올 중독에서 섹스 중독으로 넘어가거나 쇼핑 중독을 끊으면 운동 중독이나 음식 중독으로 넘어가기도 하죠. 중독증이 나타나면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평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달래주는 것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면 중독 증상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달래는 기능을 강화시킨다_ 중독증에 걸리는 사람은 내적 가치가 높지 않아 자신 안에 스스로를 달래는 기능이 약하다. 그래서 외로움이 들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그래, 내가 원래 그렇지 뭐’ ‘난 행복할 가치도 없어’라며 비난하고 자책하는 마음이 든다.
김형근 소장은 “마음속에는 누구나 나약하고 투정 부리는 ‘어린 나’가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는 마음속의 ‘어린 나’에게 어른인 엄마 자신이 ‘그래, 아이 키우느라 힘들지? 그래도 항상 노력하잖아. 조금만 더 힘내자’라며 달래줘야 합니다”라고 조언한다.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자신을 달래주는 연습을 하면 다른 외부적인 것에서 위로를 받으려는 증상이 점점 줄어든다.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_ 괴로운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중독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독증에 걸린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라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비난받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표현을 하면 친밀감을 얻어 외로움이 덜어진다. 전문가를 찾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효과적이며, 무료 상담 전화를 이용해 이야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변 사람 중 자신을 잘 받아들이거나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감정을 털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의 따뜻한 관심과 도움이 필요_ 엄마의 중독증은 무엇보다 가족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데, 특히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편은 아내와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자주 한다. 또 아내도 남편이 늦게 들어오면 무조건 화를 내거나 비난하기보다 ‘나 혼자 있는 것이 너무 두렵고 힘들었다’고 자신의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아내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놓고 말했을 때 남편이 그에 대해 ‘당신이 힘들었구나’ 하고 알아주면 아내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아내가 중독증에 걸렸다면 그 행동을 비난하는 것은 금하고, 불안하고 공허한 아내의 마음을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취재에 도움 주신 분 김형근(서울중독심리연구소 소장, 02-2269-2477, http://ynissi.org)]
글: 윤수정 기자 자료출처: 앙쥬
외로움을 채울 뭔가가 필요할 때… 엄마는 중독에 빠진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수시로 사들이고, 집안일을 팽개쳐둔 채 드라마를 보는가 하면, 하루 종일 음식을 먹는 엄마들이 있다.
가사와 육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쇼핑이나 음식, TV 시청 등으로 푸는 것. 술이나 약물뿐 아니라 이런 중독 증상도 그 심각성은 마찬가지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엄마의 중독증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중독은 자신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물질이나 정신적인 대상에 집착하는 상태를 말한다. 중독은 마음속 사랑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으로 겉으로 드러난 중독 증상만을 없애는 것으로 치유가 되지 않는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은 “보통 중독에 걸린 사람에게 ‘정신 똑바로 차려라’ ‘가정을 생각하라’고 하지만 중독은 자신의 의지로 조절되지 않습니다. 암이나 당뇨병 같은 질병의 일종으로 봐야 하죠. 당장 눈에 보이는 증상만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본인과 가족이 함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중독증의 근본에는 외로움이 있다
중독이 나타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의식에 깔려 있는 억압된 분노와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느낌이다. 중독증이 나타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서 내적 가치를 높게 두지 않아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외모에 집착하기도 하고,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김형근 소장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없거나 잘해주지 않을 때 화가 나듯, 어릴 적 부모에게 신체적·정서적 보살핌을 적절하게 받지 못한 경우 공허감, 외로움, 분노가 성격 속에 깊이 새겨집니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외부적인 스트레스에 맞닥뜨리면 여러 가지 중독증에 빠지죠”라고 말한다.
중독증은 어떤 행위나 물질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중독된 대상에서 공통적으로 얻는 것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마취된 느낌이다. 외로움과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마취시키기 위해 인터넷에 몰두하거나 TV에 빠져드는 것이다. 김형근 소장은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는 힘든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를 풀려는 반사작용이 나타납니다. 이때 자존감이 높은 엄마는 힘든 마음을 스스로 달래는 능력이 발달되어 있어 외부적인 것에 크게 의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음속에 외로움이 있고 내적 가치가 높지 않은 경우 스트레스를 외부적인 것에만 의존하죠. 가사나 양육이 힘들 때마다 어떤 물질이나 행위에 심각하게 집착해 중독증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중독증에 걸린 엄마, 아이에게 상처를 대물림한다
중독증에 걸린 엄마는 아이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 중독에 걸린 엄마는 자기만 생각하고, 우울증이 있기 때문에 아이와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없다. 또 자존감이 낮아 아이의 작은 행동도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기고, 자신이 힘든 것을 아이의 탓으로 돌려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아이가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반항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 행동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엄마들 대부분은 아이가 “나 이거 싫어” 하면 “넌 이거 싫으니? 그럼 뭐가 좋아?” 하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반면, 마음에 상처가 있는 엄마는 아이가 자신의 존재를 무시한다고 여기며 “너 때문에 내가 못 산다” “너 때문에 살맛이 안 난다” 등 자신의 힘든 감정을 아이의 탓으로 돌린다. 이렇게 자신이 돌봄을 받아야 할 엄마에게 ‘너는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존재’라는 말은 들은 아이는 마음에 상처를 받아 어른이 되면 중독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김형근 소장은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고 외부적인 요소로 위안을 얻으려는 자존감이 낮은 엄마가 중독증에 빠집니다. 중독증에 걸린 엄마는 자신의 감정에 빠져 아이와 정서적 교류를 하지 못하죠. 아이는 타인과 친밀함을 갖는 경험이 없어 사회에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으로 자라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엄마의 행복은 물론이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엄마의 중독증은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중독증
‘배불러도 계속 먹는’ 음식 중독_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스스로 풀어내는 내적 힘이 약한 엄마 중에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먹는 행위로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되지만, 그것에 너무 의존하면 나중에는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먹거나 폭식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음식은 사랑을 나타내는 것으로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음식이 당긴다면 사랑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김형근 소장은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고 공허한 느낌이 들면 사랑받는 느낌을 가지기 위해 음식을 먹는 왜곡된 형태로 나타납니다. 음식 중독은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먹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스스로를 괴롭히기 때문에 공허함은 더욱 커지죠”라고 말한다.
‘몸이 힘들어도 운동을 하는’ 운동 중독_ 운동 중독이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증상으로, 하루도 빼먹지 않고 2~3시간씩 하거나 하루에 두세 번 하기도 한다. 김형근 소장은 “운동은 좋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운동 중독이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절한 운동은 매우 좋은 습관이지만, 몸이 힘들고 병이 나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운동 중독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자신의 불안하고 공허한 마음을 운동으로 채우려는 행동으로, 자칫 몸이 망가져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한다.
‘‘하루도 안 보면 불안해지는’ TV나 인터넷 중독_ 인터넷이나 TV를 그만 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빠져들어 생활하는 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증상을 말한다.
김형근 소장은 “TV나 인터넷에는 마음을 달래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재미나 휴식을 위해 TV나 인터넷을 하는 것을 넘어 잠시라도 보지 못하면 불안과 초조를 느낄 정도가 되면 중독증이 나타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인터넷 중독자들은 인터넷을 하느라 잠이 부족하고 식사도 제때 하기 어렵다. 또 시간관념이 부족해 현실 생활에 부적응하는 증세가 나타나며 다른 사람과 대화가 단절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관계 중독_ 남편이나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관계 중독인 경우 의부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관계 중독에 걸린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무시하고 모욕해도 떠나지 못한다. 도리어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그 사람도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될 거야’라고 생각하며 무조건 순응하고 인정받으려 노력한다.
이는 부모와 따뜻한 관계를 맺어보지 못한 결과로 늘 누군가에게 그 근원적인 욕구를 채우려 하는 것이다. 혼자 있으면 외로움이 밀려오고 두려워지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에게 조금만 친절을 베풀면 금세 자기의 온 마음을 주고 지나친 의존을 보인다. 관계 중독에 걸리면 남편에게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이 원하는 만큼 사랑을 주지 않을 경우 외도를 하기도 한다.
‘뭔가를 계속 사려고 하는’ 쇼핑 중독_ 쇼핑 중독은 그 이면에 심각한 수치심을 가지고 있다. 부끄러운 자신을 숨기고 스스로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물건을 사거나 비싼 물건으로 자신을 치장하기도 한다. 물론 쇼핑을 하는 동안에는 불안이 경감되지만 쇼핑을 통한 일시적인 만족감은 금세 사라진다. 그래서 쓸모없는 물건을 샀다는 자책감이나 돈에 쪼들리는 불안과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또 쇼핑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김형근 소장은 “쇼핑 중독의 이면에 있는 수치심은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인 부모로부터 방임되었다는 경험으로 인해 자리 잡은 것입니다. 또 부모가 자신에 대한 사랑을 물건을 사준다거나 하는 행동으로 표현해 자신의 존재가 박탈당하는 경험을 한 경우에는 쇼핑 중독이나 도벽 증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중독 증상 어떻게 치유할까?
중독증은 자신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쇼핑을 하지 말라고 야단친다거나 TV나 컴퓨터를 없애는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 중독증은 생활 습관의 문제나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잡아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형근 소장은 “중독은 자신 안에 있는 곪아 터진 아픔을 느끼지 않으려고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그러므로 증상만 없애는 것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상처는 치유하지 않고 행위만 끊는 치료로는 알코올 중독에서 섹스 중독으로 넘어가거나 쇼핑 중독을 끊으면 운동 중독이나 음식 중독으로 넘어가기도 하죠. 중독증이 나타나면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평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달래주는 것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면 중독 증상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달래는 기능을 강화시킨다_ 중독증에 걸리는 사람은 내적 가치가 높지 않아 자신 안에 스스로를 달래는 기능이 약하다. 그래서 외로움이 들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그래, 내가 원래 그렇지 뭐’ ‘난 행복할 가치도 없어’라며 비난하고 자책하는 마음이 든다.
김형근 소장은 “마음속에는 누구나 나약하고 투정 부리는 ‘어린 나’가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는 마음속의 ‘어린 나’에게 어른인 엄마 자신이 ‘그래, 아이 키우느라 힘들지? 그래도 항상 노력하잖아. 조금만 더 힘내자’라며 달래줘야 합니다”라고 조언한다.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자신을 달래주는 연습을 하면 다른 외부적인 것에서 위로를 받으려는 증상이 점점 줄어든다.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_ 괴로운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중독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독증에 걸린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라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비난받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표현을 하면 친밀감을 얻어 외로움이 덜어진다. 전문가를 찾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효과적이며, 무료 상담 전화를 이용해 이야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변 사람 중 자신을 잘 받아들이거나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감정을 털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의 따뜻한 관심과 도움이 필요_ 엄마의 중독증은 무엇보다 가족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데, 특히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편은 아내와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자주 한다. 또 아내도 남편이 늦게 들어오면 무조건 화를 내거나 비난하기보다 ‘나 혼자 있는 것이 너무 두렵고 힘들었다’고 자신의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아내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놓고 말했을 때 남편이 그에 대해 ‘당신이 힘들었구나’ 하고 알아주면 아내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아내가 중독증에 걸렸다면 그 행동을 비난하는 것은 금하고, 불안하고 공허한 아내의 마음을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취재에 도움 주신 분 김형근(서울중독심리연구소 소장, 02-2269-2477, http://ynissi.org)]
글: 윤수정 기자 자료출처: 앙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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