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라도 잘 나가는 나' SNS판 리플리 증후군 잇따라 > TV방송매체활동

본문 바로가기

외부활동

TV방송매체활동

'SNS에서라도 잘 나가는 나' SNS판 리플리 증후군 잇따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8-01 15:56 조회481회 댓글0건

본문

한양대학교 화학과에 재학 중인 정 모씨(21)는 지난달 믿기 어려운 소식을 접했다. 2년 전부터 친분을 쌓아왔던 '존경스러운 엘리트형' 박 모씨가 사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인물'이라는 것이다. 정씨가 수년간 알고 지낸 박씨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였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던 중 정씨와 같은 대학 약학대학에 편입해 성적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고, 다시 카톨릭 대학교 의학전문대학에 합격한 이른바 '엄친아'였다.


박씨는 2015년부터 "한양대 약대에 편입했다"며 수백명이 넘는 재학생들과 SNS로 연락하며 친분을 쌓았다. 그는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공부했던 시험 족보를 주겠다"며 호의를 베풀고 "밥을 사주겠다며" 오프라인에서 재학생들을 만나 인증샷을 찍어 SNS에 항상 올렸다. 한때 박씨의 페이스북 친구는 1200명에 달했다.

박씨가 주변 의심을 받기 시작한 건 몇 달 전 SNS에서 도를 넘은 과시욕을 담은 글들을 올리면서 부터다. 그가 SNS 상에서 "국제 과학논문 색인에 수록된 논문의 제1 저자라 어떤 의전이든 프리패스로 갈 수 있다" "인맥으로 군대를 빼주겠다"는 글을 올린 것. 한양대 학생들이 "정말인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술렁이자 학생회가 직접 확인에 나섰고 결국 "박씨와 같은 재학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약대 측 답변을 받고 난 후 박씨의 거짓 행각이 드러났다.

20~30대 젊은 청년들 사이에 SNS에서 허구의 자신을 만들어내는 이른 바 'SNS 리플리 증후군'이 번져나가고 있다. '리플리증후군'이란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말한다. 한국에선 과거 '신정아게이트' 때 신씨의 허위학력 기재와 가짜 배경 등이 탄로나면서 널리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세대'로 대변되는 각박한 현실속에서 열등감·박탈감 등에 시달리는 젊은 청춘들이 SNS서 '가짜 나'를 통해 스스로를 자위하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체면·지위를 중시하는 한국 특유 문화가 SNS를 통한 경쟁적 사생활 노출과 결합하면서 사회적 병리현상을 낳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유명 미국거주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USA에서도 한 20대 젊은 여성의 자랑글이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자신을 미국 버클리대에 다니는 여성이라 밝힌 이 여성은 "결혼할 남편이 3캐럿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를 줬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다이아몬드 3캐럿은 시가로 1억원이 넘는다.

자신과 약혼한 남성을 재력가 집안의 아들이라 소개하고 결혼준비 일상을 계속 공개했다. 국내 여성들이 다수 회원으로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뉴욕의 부촌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신혼집을 마련했다"며 글과 사진을 올렸다. 그러나 결혼상대를 아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 "그 집이 그럴 형편이 안된다"는 글을 올렸고 여성이 올린 반지와 신혼집 사진도 직접 찍은 게 아니라 남의 사진을 옮겨온 사실이 드러났다. 동시에 이런 자랑 글은 금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해당 여성도 자취를 감추면서 사실상 거짓으로 판명났다.

삼성전자 출신 약대편입생 행세를 했던 박씨의 경우 실명과 얼굴이 모두 공개되면서 결국 사과문까지 대학 익명게시판에 올렸다. 작성자는 "저는 사실 무직자이며 어린 시절부터 명문대학과 의사라는 직업을 항상 동경해왔다"며 "그런 마음가짐이 잘못된 사교 관계로 이어지게 됐다"고 사과했다.

거짓행각 배경이 결국 무직자 신세를 전전긍긍하는 현실의 열등감과 박탈감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김형근 서울중독심리연구소 소장은 "자신이 가치없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조작이 쉬운 SNS를 이용해 타인을 조종·통제하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을 의식하고 '체면'을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경쟁 문화가 자신의 사생활을 여과없이 경쟁적으로 드러내는 SNS의 발달과 맞물려 온라인 리플리증후군이라는 병리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작은 남보다 돋보이고 싶다는 경쟁 심리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이런 '공상허언증'에 가까운 행동이 이어지다 보면 결국 자신이 진짜 그런 사람이라 생각하는 행동까지 이르고 때로는 범죄로까지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최근엔 서울 강남 일대를 무대로 황당한 사기극을 벌이다 최근 검거된 일당 중 리플리증후군 증세로 진단받는 여성도 있었다. 40대인 이 여성은 모델이나 일본 연예인 등 미모의 여성 사진을 프로필로 내걸고 인터넷 채팅으로 재무전문가 행세를 하며 "금괴 거래로 고수익을 내주겠다"고 투자자를 현혹했다. 이 여성은 경찰에 잡혀 사기가 드러난 이후에도 "실제 내가 맞다"고 거듭 주장했다.

[박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