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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중독' 대신 '성욕과잉'... 정신의학 '바이블' 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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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구소 작성일10-02-15 23:57 조회2,0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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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중독' 대신 '성욕과잉'... 정신의학 '바이블' 확 바뀐다

김동현 기자 hellopi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0.02.11 20:35 / 수정 : 2010.02.11 20:37

세계 정신의학계의 바이블(bible)로 불리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DSM)’이 확 바뀔 전망이다. ‘섹스중독’을 비롯한 자극적인 용어가 순화되고, 정신병 진단 기준도 크게 강화된다.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는 이 같은 내용으로 현재 DSM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9일(현지시각) 열린 정기 컨퍼런스에서 밝혔다. 미 정신의학회가 출판하는 DSM은 ‘정신질환 진단’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책이다. 현재 제4판까지 나와있으며, 개정안이 채택되면 오는 2013년쯤 제5판이 나오게 된다.

개정작업에 참가한 정신의학자들은 “매우 극소수의 청소년만이 정신의학적으로 조울증, 폭식증, 섹스중독 등을 앓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 같은 용어가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너무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풍토를 야기한 데에는 DSM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DSM은 애초 정신의학 전공자들을 위해 출판됐다. 그러나 정신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인들이 DSM을 찾아보는 경우가 급속히 늘었다. 현재 DSM 제4판에는 ‘일반인이 DSM을 사용할 경우 진단을 내리는 용도가 아닌 단순히 정보를 얻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미 일반인들은 DSM을 ‘정상인과 비정상인’, ‘일반인과 정신질환자’를 나누는 기준으로 남용한다.

이 때문에, DSM에 나오는 용어를 순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지적이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학자들은 몇 가지 대체 용어들을 제시했다. ‘정신지체’(mental retardation)를 ‘지적장애’(intellectual disability)로, ‘약물중독’(addiction)을 ‘약물남용’(substance abuse)으로, 섹스중독(sex addiction)은 성욕과잉(hypersexuality)으로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조울증’(bipolar disorder)의 대체용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학자들은 또 각각의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식증’(binge eating disorder)의 경우 기존 DSM에서는 ‘최소 3개월에 1주씩 폭식을 하며 이에 대한 죄의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으로 정의됐지만, 이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정신의학자들은 “정신질환은 매우 조심스럽게 진단해야 한다”며 이른바 ‘낙인(stigma) 이론’을 경계했다. 일단 정신질환 진단을 받으면, 그렇지 않았던 사람도 결국 정신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컬럼비아대 정신의학과 마이클 퍼스트 교수는 “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며 “그러나 수많은 아이들이 ‘약간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평생 ‘정신질환자’로 낙인 찍힌 채 살아서는 안된다”고 했다.

무분별한 정신질환 치료 행태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워싱턴대의 정신의학 박사 잭 맥클레런 교수는 “요즘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질환을 무조건 약물처방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설사 아이들이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해도, 약물처방보다는 행동치료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정신과 의사의 ‘오진’(誤診·misdiagnosis) 탓에 많은 아이들이 항정신성 약물(antipsychotic drugs)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회사로부터 돈을 받은 몇몇 정신과 의사들이 두살배기 유아에게 조울증 진단을 내린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한편 DSM 개정작업과 관련, 미 정신의학회는 일반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온라인 웹사이트(DSM5.org)를 개설했다. 일반인들은 이곳에서 몇몇 보기 중 적당한 대체 용어에 ‘추천’을 줄 수 있다.

퍼스트 박사는 “당신의 선택이 정신의학계뿐 아니라 제약회사, 법률 시스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반인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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